미래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죽음
아름다운 수형을 자랑해 외국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각광받는 ‘구상나무’. 영어 이름 ‘Korean Fir’, 학명 ‘Abies koreana’에서 알 수 있듯이 구상나무의 고향은 한국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구상나무는 한반도에서 사라지면 전 세계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야생의 구상나무가 건강한 숲을 이루던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의 고산지대 풍경이 달라졌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나무들은 집단으로 빠르게 죽어가고 있다. 초록의 물결이던 산은 이제 허옇게 말라죽은 나무의 무덤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0년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기후위기로 가장 먼저 멸종에 이르는 종이 될까?
바늘잎나무의
죽음
위기는 구상나무로 시작해 우리나라 고산지대에 사는 상록침엽수, 바늘잎나무로 번지고 있다.
설악산과 오대산의 분비나무, 계방산과 지리산의 가문비나무처럼 해발 1,000m이상에 서식하는 고산침엽수의 죽음이 관찰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나무와 잣나무부터 백두대간을 따라 전나무와 주목의 집단 고사도 눈에 띈다.
기후위기의 당사자
눈이 내리지 않는 따뜻한 겨울. 건조한 봄의 기온 상승과 강풍. 여름과 가을의 잦은 태풍. 겨울에 내린 눈으로 봄까지 수분을 유지하는 침엽수가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약해진 나무는 봄철 강풍과 이어지는 태풍에 부러지고 뿌리가 뽑힌다. 기후위기로 이상 기후와 극단적 기상 현상이 잦아질 것으로 예견된다. 오랜 시간 건강한 숲을 유지해 온 나무의 죽음은 연쇄적인 피해를 발생시킨다. 나무와 공생하는 숲 생태계는 적응할 시간도 없이 황폐화되고 회복은 더 어려워진다. 나무가 죽은 자리, 고정되지 못한 흙이 쓸려내려가며 산사태 위험이 커진다.
바늘잎나무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지금을 목격하고 기록하는 것 기후위기로 인한 우리 모두의 멸종을 막는 시작이 될지 모른다.